"무의식적으로 당신은…" 이상심리학의 정신분석적 입장2 - 방어기제 분류와 신경증적 방어기제

방어기제라는 말은 정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핑계만 대는 사람을 보고 “ 걔는 합리화 라는 방어기제를 쓰는 것 같아” 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그럼 방어기제는 무엇일까요? 정신분석학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드는 인간에게 세 차원의 심리적 구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본능의 욕구 원초아(id), 현실적인 자아(ego), 도덕적인 초자아(super ego)로 구성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이 세 심리적 기능과 구조가 경합하고 투쟁하면서 성숙한 인간으로 이 사회에 적응해 나간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살이, 언제나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충격적인 일이 생기거나, 깊은 상처가 생기기도하며, 성장과정 속에서 결핍을 형성한 뒤에,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거기서 이 심리적 세 차원의 구조는 불균형을 이루어, 현실적인 자아가 원초아를 다루기가 어려워 질 때도 있고, 초자아가 매우 힘이 강해져, 강한 억제가 발생한다고 본 이론입니다. 

ⓒNik Shuliahin, 출처 unsplash


프로이드의 이 심리적 삼원구조 및 발달과정에 대한 흐름이 궁금하다면 이 글 을 읽어보시는것이 도움됩니다. 


위 처럼 심리적 구조가 불균형이 발생하면, 인간의 의식 차원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자신도 의식하지 않는 차원에서 말이지요. 그렇게 된다면, 자신도 모르게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가 나타납니다. 불안정한 자아가 이 불균형한 상태에 균형을 찾을 동안, 자아가 자신을 보호하고자 발동하는 방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방어기제가 나타나는 것은 보편적이며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방어기제 시스템이 작용하는 동안, 불안에 떨고 있는 자아를 보호하는 기능을 이루어내며, 불안을 야기하는 그 상황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처리하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어기제가 너무 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발동된다면, 그것이 심리적 원인으로 인해 개인에게 고통을 안겨줍니다. 후대 정신분석학 학자들이 방어기제를 상세히 정리했고,신경증적, 미성숙한, 자기애적, 성숙한 방어로 분류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 신경증적 방어에 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Nik, 출처 unsplash


1)신경증적 방어(neurotic defenses)

해당 분류에 속하는 방어기제는 흔히 ‘신경증적’이라고 간주하는데, 강박 신경증을 띄는 사람에게나 히스테리 환자에게도 나타나며, 일반 성인들에게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관찰이 가능합니다.해당 유형의 방어기제를 가진 개인은 단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인관계 및 일상생활을 적응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a. 억압(repression)

용납될 수 없는 충동과 욕구를 의식에서 억압하는 것을 말합니다. 생각과 감정이 알기 전, 무의식 단계에서 억압되는 1차 억압(primary repression)이 있고, 충동과 욕구를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억압하는 2차 억압(secondary repression)이 있습니다. 이러한 억압이 많을 수록 억압된 생각이 외부로 나오지 못하게 선입견이나 편견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b. 반동형성(reaction of formation)

용납되기 어려운 충동이나 욕망을 인식했을때, 생기는 불안을 직면하기 않기 위해서 불안을 야기하는 욕망과 반대되는 의식적 태도를 말합니다. 이것은 강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에서 특징이 있습니다. 예컨대, 싫어하는 사람에게 더 친절을 베풀고 배려하는 행동을 보이거나, 강한 성적 욕구를 의식한 여성이 외설적인 영상을 반대하는 선동가가 되어 활동하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옛 속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라는 말도 이것에 해당하는 예시가 될 수 있으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더 무뚝뚝하게 행동하게 되는 현상에도 포함될 수 있겠습니다. 


반동형성을 취함으로써 자아(ego)는 충동을 억제하려 하며, 그 충동과 반대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의식차원에서 느꼈던 죄책감을 낮추는 의도가 있겠습니다. 따라서 반동형성은 무의식적 욕구에 반하여 의식적 차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 취소(undoing)

자신의 성적 또는 적대적 욕구와 (상상의, 혹은 실제의) 행동으로 인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무의식차원에서 느낄때, 타인에게 준 피해를 취소하고 싶고, 원상복귀를 원하는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부인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한 남편이 꽃을 사다주는 행동을 하거나, 집요하게 반복적인 사과를 하면서, 상대가 수용하는 것에 집착하며, 실제로 반성의 기미가 크지 않은 태도를 가질때 방어기제 중 이 취소를 사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반성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취소하고싶은 의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것 외에도  부정한 방식으로 부를 일군 사업자가 자선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해당되겠습니다. 


d. 격리(isolation)

고통스러운 생각과 기억에 결합되어 있는 감정을 의식에서 떼어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경우,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의식에 남아있지만, 감정은 억압되어 느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개인에게 있었던  힘든 사실과 사건은 의식에 있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을 무의식으로 격리  시켜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강박장애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무감정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e. 합리화(rationalization)

수용하기 어려운 행동 또는 믿음에 대해서 정당화 하기 위해서 합리적인 설명을 하거나, 이치에 합당한 이유를 내는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야근이 있다고 하고선 애인이 연락이 되지 않았고, 이에 부정한 생각이 들며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는데, 마침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예전에도 야근을 하면서 회사 석식이라고 말하고 몰래 회식을 했던 적이 있어서, 그것을 꼬투리 삼아 애인에게 자기의 이런 불안감을 합리화 시키려 하는 것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내로남불이나 이솝우화 중 ‘여우와 신포도’이야기도 합리화 방어기제의 적절한 예시가 되겠습니다. 

f. 해리(dissociation)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이로인한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 성격의 일부나 정체성의 일부를 분리해 독립된 성격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중인격(dual personality)나 해리성 둔주(fugue), 몽유병 등이 그에 대한 예시로 볼 수 있습니다. 문학작품 중에서는 지킬앤 하이드에 나오는 박사가 그 예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 


g.지식화(intellectualization)

자신에게 위협이 될만한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서 정서적 충동이나 감정적 동요를 피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대처하는 방어기제를 의미합니다. 지식화는 일명 주지화라고도 부르는데, 이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운 정서적 일면을 자신과는 분리시켜, 논리와 설명, 지적인 분석 등을 통해 문제를 접근하고 통합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감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인식할 수 있지만 마치 메마른 사람처럼 보이며,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해당 상황이나 사건을 다루려고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컨대, 큰 심리적 외상(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두려움, 절망, 슬픔 등을 표현하기보다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헤치거나, 범죄사례들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이는 모습에서 이 지식화 방어기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보상(compensation)

자신에게 실제로 열등하거나, 혹은 주관적으로 그렇다고 믿는 결점에 대해서 우월감으로 메우려고 하는 방어기제를 말합니다. 예컨대, 나폴레옹은 콤플렉스가 예시가 되겠습니다. 

키가 작았던 나폴레옹으로부터 유래된 용어인데, 키가 작은 사람이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으로 공격적이거나 타인을 지배하려하는 행동을 나타내는 경우 나폴레옹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보상심리 삼아서,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속담 중 ‘작은 고추가 맵다’ 라는 것도 여기에 해당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신경증적 방어기제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방어기제는 이것이 지나칠때,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개인에게나, 주변에 중요한 타인들이 고통을 받을 수는 있지만, 적절할 때에는 다양한 사회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으며, 내적 보호기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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