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장애의 특징과 사례 예시: 사고 진행장애(disorder in process of thought)

    우리는 항상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경험 속에 있는 기억들 또한 있는 그대로 마치 레코딩된 것처럼 꺼내올까요? 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우연하게 들었던 2012년도의 노래를 듣고서, 그때의 냄새, 상황, 인간관계와 감정 등 다양한 기억들이 점화되어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사고는 항상 있는 사실만 기억하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곡될 수 있겠지요. 

    심리학에서 정의하는 ‘사고(thought)’란 목적을 향한 생각들로 어떤 자극이 있을때 그 자극을 해석하고 판단하며, 종합하여 이를 근간으로 해 다른 새로운 개념을 유추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끔은 무의식적이거나 감정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아서 엉뚱한 사고가 나타날 수도 있으며,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일지라도 일시적으로나마 이런 상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Diego PH, 출처 unsplash


정상적이며 건전한 사고를 위해서 외부 자극을 정확히 지각하고 인지하는 능력이 필요한데요. 이러한 과정의 장애(disorder)를 앓게 된다면 어떤 인지적 왜곡과 사고의 흐름성이있는지 안내하겠습니다. 


1.사고진행장애(Disorder in Process of Thought)

정상적인 사고 과정에서는 하나의 관념에서 시작해 점화나 연상을 통해 상위 개념으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각조 정신장애 에서는 이와 같은 사고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생각과 생각이 연결 고리가 전혀 없이 한 내용에서 다른 내용으로 이동되거나 연상의 이완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처럼 사고 진행장애란 사고 과정에 이상이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상세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사고의 비약(flight of idea)

한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연상이 진행되며 완성되지 못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고의 비약은 주의 산만과 항진된 내적인 욕구때문에 애초에 목표로 했던 사고에 주의 집중을 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생각의 탈선이 일어나게 됩니다.  통상적인 연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각이 원래 주제를 벗어나 그 과정 중의 지엽적인 내용을 따라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여 결국 초반에 생각하려 했던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사고의 비약은 조증 상태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오늘 날씨가 정말 좋아. 오늘은 휴일이니까 즐겁게 산책을 하고싶어! 햇빛이 환하고 아름답게 빛나니까 산책하고 나서 돌아와 오늘은 꼭 블로그를 써야겠어. 그런데 산책을 하다 보면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양한 주제들로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아. 그럼 그 사람들과 소통하다보면 썸남이 생길 수는 없을까? 나는 언제쯤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연애 하니까 나를 떠나간 김민재 이 아이가 생각나네? 걔는 잘 지내고 있을까? 나 하나도 안보고싶을까… 그 친구 sns 보고싶다. 사진을 보니까, 얘는 지금 나를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고 있으려나? 이런 생각… 너무 바보같은걸까? 아니야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꺼야"

초반에는 휴무인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낼까 생각하고 어떻게 즐겁게 산책 계획을 세울지 생각하다가 이 생각이 탈선해서 아예 다른 흐름으로 이어가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겠습니다. ‘휴무 스케줄’이라는 한 생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연상이 되어 ‘과거 헤어진 사람의 현재 상태’에 초점을 두었다가 다시 본인의 연애를 할 수 있을지 고심하는 것으로 빠르게 전환되어 원래 생각이었던 [오늘 휴무를 보낼 스케줄]에서 크게 탈선하는 상황을 예시로 들어볼 수 있겠습니다.

ⓒMagnet.me, 출처 unsplash


2)사고의 지연(retardation of thought)

 사고 과정에서 연상의 속도가 느려 전체적인 사고 진행이 둔화되거나 때로는 연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서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주로 우울증 상태 일 때, 과도한 불안 장애를 경험하거나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경험할 때  발생합니다. 연상의 속도의 느림과 둔화 때문에, 이 상태에 있을 때 평소 사고 과정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말과 행동에도 둔화된 면모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에는 머리속이 맑지 않아지고 생각이 멍해. 주변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 그것에 대답하고 호응하기도 어려워... 심지어는 평소 쉽게 떠올릴 수 있던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잘 생각나지 않아서 말할때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어. 이런 나의 상태때문에 말도 잘 하지 못하겠고, 뭔가 결정하는 것도 어려워…. 그래서 너무 답답하고 무력해지는 기분이 들어."

누군가 이런 답답함을 호소한다면 그에게는 사고의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사고의 차단(blocking)

사고의 차단은 사고의 흐름이 뚝 하고 갑자기 멈추는 것을 말합니다. 갑작스럽게 진공상태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외견상으로는 말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말이 없어지기 때문에 말을 멈추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고의 차단은 주로 정신분열증(조현병)을 앓고 있을때 사고의 정산적인 흐름이 차단되어 유발될 수 있으며, 우울증이나 강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의해서 집중력이 저하될 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신경학적으로 뇌손상에 의한 기억력의 저하로 사고의 차단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사고의 차단이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정신분열증의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4)사고의 우회(circumstantiality)

특정 생각에서 출발해 결국 결론까지 도달하기는 하지만 빙빙 돌려서 생각하거나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다가 결론에 이르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체적으로 불필요한 많은 묘사를  거친 이후에 본래 말하고자 했던 목적에 도달하게 됩니다. 사고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구별해내지 못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같은 증상은 정신분열증 환자나, 기질성 정신장애, 발달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흔하게 나타납니다. 

예시를 들어보면, 

누군가 “ 여기 오는데 시간 많이 걸렸어요? 뭐 타고 오셨어요?” 라고  오는 데 든 시간과 버스나 지하철, 자동차 등 어떤 수단을 통해서 왔는지 질문했다고 해봅시다.  이 사고의 우회를 겪는 사람들은 

“오늘 아침 버스를 타려고 나왔는데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 모두 빨간 티를 입고 같이 즐겁게 가더라구요 너무 이뻤어요. 당신은 어떤 색의 티셔츠를 좋아해요? 저는 파랑색이 좋거든요. 그렇게 한참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1001번 버스를 타고싶었는데207번 버스타고 한 1시간 걸렸을까요? 아 저는 버스 너무 오래 타는게 싫어요 왜냐하면 같이 타고 오는데 옆에 아저씨가 제 에어컨을 독차지했거든요. 그 아저씨는 앞에 코털이보였어요. 그렇게 여하튼 버스 타고 여기 왔어요.”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David Preston, 출처 unsplash


5)사고의 보속증(preservation)

사고 과정을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심지어 사고 과정의 단서가 외부 자극으로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사고 진행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계속 생각이 맴도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같은 생각만 반복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양한 질문을 하더라도 같은 대답만 반복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사고의 보속증은 만성화된 정신병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6)신어조작증(neologism)

신어조작증은 자기만 아는 의미로 독특한 방식으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거나, 기존의 단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만의 독특한 언어 체계이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며, 타인들이 공유해서 사용하는 그 뜻과 신어조작증을 경험하는 이들의 뜻이 서로 다를 수도 있습니다. 또 그 단어의 의미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와는 다른 형태를 가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현상은 정신과적 질환이나 뇌 손상과 관련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오늘 센터가서 어떤 하루를 보냈어?” 라고 물어보면 “ 오늘요? 오늘 네모했어요.” 또는 “오늘 꾸꾸끼띠야입니다.”이런 식의 대답을 하면서, 전혀 상관이 없는 식의 소통을 하는 경우를 의미하겠습니다. 

7)사고의 지리멸렬함(incoherence)

사고의 지리멸렬함은 사고과정 중 사고 진행이 와해되어서 논리적 연결이 없고 의미적으로 파괴된 언어를 사용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구와 단어들이 흩어진 상태로 나타나며, 일관성이 없습니다. 토막토막 끊어지고 도저히 줄거리를 알 수 없는 식의 잡다한 이야기를 계속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요지가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말의 두서 없이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사고의 지리멸렬함은 정신분열증에서 보이는 연상의 이완이 예시가 될 수 있고 , 아주 심한 말비빔(word salad)현상도 이것의 예시가 됩니다. 

예를 들어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니까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방에 있는 컵을 보니까 컵이 너무 크더라고요. 그래서 큰 컵에 든 물을 머리에 쏟으려고 했는데, 침대 밑에 숨어 있는 개가 컵을 먹어버렸어요. 그래서 제가 물을 마시러 갔는데, 물마시는 사람들이 머리위로 오면 안 돼요. 그러니까 난 물마시는 사람이 아닙니다." 와 같은 방식으로 말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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